우리의 거실 한쪽 벽면은 대부분 소파가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로 치워버리고 싶어지는 집안의 소화불량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넓지 않은 집에 자리만 차지하지 소파가 어떤 편안함이나 행복감을 가져다 주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사무실을 하나 가졌을 때가 있었는데, 처음에 들여 놓은 것이 소파였다. 그때는 작은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고 소파는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막연한 꿈이었다. 그래서 마음까지 설레이면서 며칠을 고르고 골라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을 구입했었다. 그런데 그게 시간이 갈수록 앉아 있어도 편하지 않았고, 누워있어도 영 시원찮았다. 그 레자(인조가죽)소파를 마음먹고 버리는데 걸린 적잖은 세월만큼 여러 가지로 애를 먹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때로는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 내 자신이 비참하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이것 저것 따지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젊은 점원이 추천한 쥐색 양가죽 소파의 안락감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물론 나의 능력으로는 엄두도 못 낼 만큼 비쌌다.
그 이후로도 역시 마음에 드는 소파를 고르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소파가 여전히 있어야 하기에 그냥 한쪽 벽을 차지 하고 있을 뿐이다.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