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벗하기




그리움이 찾기까지는
새싹만이 희망인줄 알았다
지칠 줄 모르는 녹음으로
화사한 꽃만이 사랑인줄 알았다
인고의 열매만이 의미인줄 알았다


빛깔 고운 단풍을 훌훌 털고
절정으로 빚은 고운 감성들을
이제는 추억으로만 간직한 채
의연하게 겨울과 맞서는
눈물겨운 나목을 지켜보면서


뼈 속 깊숙이 스며들어
화들짝 나를 깨우고는
빈 숲을 휑하니 돌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무심한 삭풍을 지켜보면서


나는 비로소
그리움과 벗할 수 있었다.



글 사진: 쉬리 변재구
배경 곡: Moldova  /Sergei Trofa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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