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있는가
우리가 가야할 또다른 별의 이름을
한때 사랑한 모든 것들을
먼지꽃 풀풀거리며 휘돌아가는 산모퉁이에서
만날 수 있는 날
세상의 모든 여행은 끝나고
그날이 유월이든, 시월이든
태양은 내가 생각하기 이전부터 그곳에 있었고
길 위에서 쓰러진 자 길 아닌 길 위에서 추락하였으니
진정 행복하였으리라
허물어지는 문을 나서면 먼저 하늘을 올려다보고
우리가 가야할 또다른 별의 이름을
기억하도록 하자
오늘도 태양은 뜨거웠으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사람이 길을 걸으며 홀로 죽어가고 있을 뿐이다
길이 끝나고
길 아닌 길 위에서 추락하는
아, 어느 행성에서 다시 길이 시작되고
또 끝나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