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언젠가부터 집집마다 꽃바구니를 내걸고 있다.
대문, 현관, 테라스, 베란다, 담장에서 사파니아가 분홍빛으로 화사하게 바람에 흔들린다. 이국적인 것 같기도 하고,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하게 좋다. 처음에는 어느 한 집에서 그렇게 함으로써 점차 늘어났고, 지금 꽃바구니가 출렁거리는 기쁨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대문 밖으로, 창 밖으로 내걸어놓은 꽃바구니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테라스 창가로 언뜻 비친 그 집의 사람이 아름답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잠시 서성거릴 때도 있다. 화분 가득 제라늄이 피어 있는 빌라에서 예쁜 여자아이가 뛰쳐나와 나를 보고 살짝 웃으면 내가 다 행복해진다.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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