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대로 나의 인생을 뒤에 남겨 두고 홀로 갈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의 소멸이 어느 누구에게도 슬픔을 가져다 주지 않고, 어느 누구의 마음에도 공백을 만들지 않는다 해도, 혹은 또 그 어느 누구도 알아차리지조차 못한다 해도, 그것은 나 자신의 문제인 것이다. 분명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이상 잃어버릴 만한 것은 나 자신 외에는 거의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도 생각된다. 그러나 내 안에는 상실된 것들의 잔재가 슬픔처럼 남아 있어, 그것이 나를 이제까지 살아 있게 해 왔던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각수의 꿈, 원제: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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