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고 빗소리 따라 흔들리며
서성거리던 거리에서 거리를 지나
바다를 찾아갔지만
우리 사는 곳 언제나 비 내리기에
작은 포구
마산포에도 건너야 할 바다는 없구나
부서진 낮달처럼
하늘과 바다
어디에도 닿지 못하는 서러움으로 웅크리고 있는
검은 갯펄의 녹슬은 폐선들
버려도 버려도 다 버리지 못하는
황량한 비내림에
바다도
바다도
한 폭의 그림조차 되질 못하는데
나는 어디에서 태어난 詩人이기에
이 작은 포구로 달려와 바다를 건너려 했는가
마산포에도 바다는 없었다
건너야 할 바다는 어디에도 없고
바다가 되고 싶은 꿈을 꾸는
젖은 섬 하나 가까이 누워서
물 끝 먼바다 소리를 빗소리로 전할 뿐이다
우리 사는 곳 어딘들
비 안오는 곳 있으랴
돌아가자
서성거리던 그 거리로 돌아가자
덧없이 비만 뿌려
어쩌다 부는 바람도 빗물로 날리기에
젖은 얼굴 가리고
미친듯이 춤이나 추자
황인철의 시 <마산포에도 바다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