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일을 하나 한 적이 있다.
국어사전을 영어사전처럼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통째로 외우는 그런 공부를 했고, 확실하게 알아야 할 것은 대학노트에 옮겨 적어 ㄱ ㄴ ㄷ 순으로 단어장을 만들었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는 말에 대해서 그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 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 있을 때마다 나는 국어사전을 뒤적거리며 생각에 빠지곤 했다.
내가 쓰던 국어사전은 영어사전만큼 닳았고, 온통 형광펜으로 색칠되어 거의 그림책 수준이 되었다.
글이 잘 안 쓰여질 때나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관련되는 단어들을 종이에 나열하여 적는 일부터 시작한다.
어휘가 부족하면 생각 또한 그 한계에 머물게 된다.
순간적으로 마주친 단어 하나가 큰 아이디어나 영감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생각 속에 언뜻 비친 작은 틈 사이로 넓은 세계를 발견할 수도 있는 일이다.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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