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을 지을 때, 우리는 먼저 우리가 태어나 살아온, 이미 우리의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있는 정든 옛집을 헐어낸다. 옛집이 헐리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이 헐리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며, 빈터를 앞에 두고 허망한 감정을 갖게 된다. 이때 우리가 빠지게 되는 것이 허무주의적 정황이다. 그러나 새집을 짓기 위해서라면 달리 길이 없다. 그런 정황을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되, 새집에 대한 희망 속에서 그것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