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 슬기둥



            - 비 그친 새벽산에서 -

      비 그친 새벽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창 꽂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은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희망의 한 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다



      황지우 님
      <1994 제8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품집>, 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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