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에 끼워져 있는 나는 언제나 내가 아니라 나인 듯 하다.
사진 속의 내가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진다. 생긴 모습도 느낌도 사진 속의 그를 기억하는 지금의 나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나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사람이거나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속해 있는 또 다른 그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것도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기억들을 마치 필름을 연결하듯 죽 이어서 돌리면 아마도 내게 수많은 방이 있고 나는 필요에 따라 이 방 저 방을 배회하는 모습일 것이다.
나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의 이야기 밖에 없다. 때로는 실제와 다소 틀리겠지만 나는 그 이야기 속의 나로서 정의 되어진다.
결국 지금의 나는 기억되고 있는 현재인 것이다.
내가 살아간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은 나와 관련되어진 기억을 지속시키는 일이다. 내게서 혹은 다른 사람에게서 나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이 모조리 사라지거나 그것이 불필요해진다면, 나라는 의미도 그만큼 희미해지기에, 나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거나 전혀 다른 사람이 될 것이다.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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