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로 이사 올 때 아들은 여섯 살, 딸은 다섯 살이었습니다. 부모가 맞벌이하느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놀이방에 다니던 아이들이었지요. 이사 오자 아이들은 눈 떠서 잠들 때까지 부모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습니다. 햄버거나 프라이드치킨이 없어도 배부르고, 놀이동산이나 동물원이 없어도 신이 났습니다. 부모는 부모대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있으니 낯선 시골 생활과 다가선 막막한 현실마저도 그저 즐거운 놀이만 같았습니다.
다음해부터 아이들은 손 잡고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이 제발 아이들 집으로 귀가시켜 달라고 당부할 정도로 신나게 놀다 왔습니다. 아이들을 더 많이 볼 수 없어 섭섭했지만 일찍 오란 말 하지 않았습니다.
마을 애들 중에서 늘 꼴찌로 어머니, 아버지를 외치며 달려오는 아이들. 그때가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 아이들이 벌써 아홉 살, 여덟 살입니다. 그사이, 세상에서 좋다는 것에서 멀어진 대신 아이들은 부모를 얻고 부모는 아이들을 얻었습니다. 아쉬워할 것도, 더 바랄 것도 이젠 없습니다.

이진우의 <저구마을 아침편지>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