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거리는 잊혀진다.
사는 것도 슬퍼하는 것도 거리에서 다 잊혀지고
비가 오는 거리마저 잊혀진다.
나도 잊혀지고 너도 잊혀지고
우리 모두 잊혀진다.

비 또한 내리는 것을 잊어 멈추고
잠시 햇빛을 보여주는 그 거리에서
잊을 것 다 잊고 살다 보면
비 오는 것조차 잊고
마냥 젖어 젖어서 그냥 사는 것이다.

잠시 햇빛 머물던 자리 다시 서면
그 거리에 비가 내린다.
사는 슬픔을 다 알지 못하고서는 떠날 수 없는
그건 비 내리는 기억

누가 등불처럼 노란 우산을 받쳐들고 오면
오래 햇빛 비치어 청무우밭 같던 유년의 날들이
마냥 그립기만 하구나.

비 그쳐도 가장 늦게 우산을 접는 사람의 거리에서
마냥 젖어 젖어서 작은 몸 더 낮추어 보면
지워지는
비여,

머물러서 잊고 사는 기억을 위해
어디로 갈까
비에 젖어 그냥 살다가
따뜻한 눈물로 젖은 몸 녹일 수 있는
빈집 하나 찾을 수 있다면
그래도 행복하겠건만

비는 내리는 것을 잊어 잠시 그칠 뿐이다.


황인철의 <비는 내리는 것을 잊어 잠시 그칠 뿐이다> 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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