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을 돌자 다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었다.
그때까지 버텨 온 것만으로도 나 자신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반이나 더 남아 있었다. 앞이 노래졌다.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가슴을 쥐어뜯었다.
왜 달려야 하는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만두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1등이 되고자 달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도 나처럼 고통을 참아가면서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몇 명을 제외하고는 끝까지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경기에 참가했을 것이다.
나는 달리는 것을 그만 두어야 하는 핑계를 만들지 못했다. 쓰러지면 쓰러졌지 그 누구도 그만두어야 하는 핑계 같은 것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다리가 아픈 것이 아니라 팔이 아팠다. 팔을 흔들수록 고통은 더했기에 팔을 축 늘인 채로 뛰어야 했다. 뛰는 것이 아니라 쓰러지지 않기 위해 발을 내딛는 것이다. 조금만 더 하고 말이다.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나는 바로 쓰러졌다. 벌렁 누워서 바라본 그 파? 하늘이 참 아름다웠다.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