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어두워진 골목길을 걷다가 맞은 편 빌라에서 갑자기 불이 켜져서 나도 모르게 그 쪽을 보게 되었다. 첫 번째 불이 켜지고 두 번째 불이 켜지면서 계단을 오르는 가방 든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2층이 그의 집인 모양이다. 그가 초인종을 누르자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아빠다!” 하는 아이의 소리가 그 골목의 저녁을 쩌렁거리게 했다.
“엄마, 아빠야!” 하는 좀더 굵은 아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윽고 현관문이 열리고 폴짝폴짝 뛰는 강아지 같은 아이들이 뛰쳐나와 남자에게 매달렸다.
별일 없었지? 하면서 남자는 가방을 아내에게 건네는 듯 하더니 아이를 두 팔로 감싸 안으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사는 것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느 집에서나 있을 법한 모습이겠지만 내게는 그들의 소란스러움이 자못 인상적이었다. 사랑할 시간이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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