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팔아버리고 시골로 가버리면 넓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틀리지는 않지만 시골 또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집을 아무리 크게 넓혀도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삶의 방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집도 마음과 같은 것, 무엇을 비우고,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있어야 할 곳에 없고 없어도 되는 곳에 필요 이상으로 많이 있게 한다면 불편하게 된다.
베란다 한 구석에 아기자기한 들꽃 화분 대여섯 개를 모아 놓는 것만으로 별이 뜨고 지기에 충분한 뜰이 된다. 작은 집에 살지만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가보지 않아도 집 또한 그 사람을 닮아 있을 것이다. 불편하지 않은 집 마음이 편한 집에는 뭔가 다른 아름다운 구석이 있는 것처럼, 행복이 가까이 있다면, 집구석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세상과 맞서는 것이 힘들 때 믿을 구석은 그래도 가족과 집이라는 것, 그 구석이 희망을 키운다.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