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이란 참 좋다. 자기만의 구석이란 더구나 좋다. 좁은 집에 미어터지게 많은 식구가 살았던 세대라면, 집에 대한 가장 인상 깊은 추억은 아마도 ‘자기만의 방’을 가졌을 때 그 행복감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온 세계를 얻은 듯, 나만의 세계를 온전하게 가진듯한 그 느낌으로 참 좋았다. 내 마음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 공간이 아무리 작더라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
구석의 의미는 ‘이야기’가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만큼 애착이 가고 자꾸 돌보게 되는 것,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싶게 하는 것이 구석의 묘미다. 구석으로 집을 보면 좀 달리 보인다. 각 가족에게 나름대로의 구석을 어떻게 만드느냐 하는 것은 방을 따로 갖는다는 뜻만은 아니다. 자기 방이 있다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아무리 자기 방이 넓더라도 여전히 재미없는 집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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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서 좋은 점은 무엇인가?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나누면 무언가 더 있을 듯한 기대감을 준다. 나누면 이야기를 포개 놓을 수 있다. 나누면 체험의 길이도 길어진다. 나누면 우리의 몸을 훨씬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구석으로 나누자. 구석으로 나누어서 집을 넓히자. 구석으로 나눠서 마음을 넓히자. 구석으로 나눠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자.

김진애의 <이 집은 누구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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