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은 메모들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꽂혔다. 그 메모는 영미가 좋아하는 음식들과 습관, 좋아하는 꽃, 버릇 같은 것들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그녀는 노란 장미와 아이스키만투스를 좋아한다.
무안할 때 그녀는 한 쪽 눈을 찡긋하는 버릇이 있다.
그녀는 가끔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한다.
그녀는 우산 없이 빗길 걷기를 좋아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어 하는 것: 콜라 나 나눠 마시기, 손잡고 가로수 길 걷기, 오락실에 나란히 앉아 오락하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녀’는 영미를 하염없이 눈물짓게 만들었다. 영미는 수많은 쪽지를 부여잡고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이선미, 김형준의 <키다리 아저씨>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