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심장 - 詩人: 이형기
심장을 만듭니다.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어
색칠을 합니다.
원래의 심장은
지난 여름 장마때
피가 모조리 씻겨 빠졌습니다.
그리고 장마 뒤의 불볕 속에서
내 심장
빈 껍데기만 남은 그것은
허물처럼 까실까실 말라버렸습니다.
이제는 쓸모가 없게 된 심장
구겨 뭉쳐 쓰레기통에 내버린 심장
한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심장을 달랍니다.
드리고 말고요
어렵잖은 일입니다.
당신의 맘에 꼭 드는
예쁘장한 심장
어두운 가슴 속에 감추어 둘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쩨쩨하게 혼자 독점할 것도 없습니다
그것은 혼자 둥둥 하늘에 띄는 심장
떠다니다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심장
오늘 나는 그 풍선 심장에 곱게 곱게 색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