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미터가 넘는 산을 오르는 길에서 정상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전환점이고, 그 전체 과정의 중간 단계일 뿐이다. 정상에 올랐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정도, 과제도, 체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항상 내게 정상에 올랐을 때의 감정을 묻는다. 그것은 희열도 만족도 아니다. 계속 올라가야 하는 고통에서 해방되었다는 느낌이 전부다. 성취는 산 아래로 내려왔을 때에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통계적으로 사고는 하산하는 동안 더 많이 발생했다. 수없이 많은 위대한 산악인들이 하산길에서 죽음을 맞이 했다. 프란츠 오푸르크는 마틴스반트 암벽에서, 마르코 페드리니는 드류에서, 마르셀 뤼에디는 마칼루에서 모두 하산하던 도중에 사고를 당했다. 그러므로 모든 위험을 극복하고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성공은 하산을 끝내고 난 뒤의 몫이다.

한스 카멀란더의 <그러나 정상이 끝은 아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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