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내 뒤에서 오고
나의 집에 왔을 때는
나보다 먼저 와서 문 앞에 기다리는 바람인가
저녁길을 따라 처음으로 내리는 눈이 오면
사람들 속에 묻혀
어디론가 흘러가버리는 발자국처럼
그 누구의 것도 아니고
텅빈 집의 문고리를 흔드는
얼굴에 대한 기억일 뿐
그 언젠가 눈이 내린 골목길에서
그대 창을 훔쳐보다가
내 외로움을 들켜버렸을 때처럼
저 어둠 어디에선가 나를 훔쳐보고 있는
그대가 있을까 싶어
나는 한밤중에도 일어나 창문을 열어본다
그대는 없고
온밤이 뒤척거리도록 문고리를 흔드는
바람이 불 뿐이다
오늘도 창밖은 흐릿하고
어쩌면 눈이 올지 모르지만
언제나 내게 있으나 램프처럼 흔들리며
나의 밤을 지나가는 얼굴 하나야,
이 세상 어디가 어디까지
그대의 느낌인가


황인철의 <사랑의 형상 2 > 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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