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신은 지혜가 부족하고 재주가 몹시 노둔했었는데도 외워 읽기를 몹시 부지런히 했다. 독서록이 있었는데 천 번을 읽지 않은 것은 기록에 올리지도 않았다. 사마천의 <사기 史記 > 중에 <백이전> 같은 것은 1억1만3천 번을 읽기에 이르렀다.
뒤에 한 번은 말을 타고 어떤 사람 집을 지나가는데, 책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말을 멈추고 한참 동안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 글이 아주 익숙한데. 무슨 글인지 생각이 안 나는구나.”
말 고삐를 끌던 하인이 올려다보며 말했다. “부학자(夫學者) 재적극박(載籍極博) 어쩌고저쩌고 한 것은 나으리가 평생 맨날 읽으신 것이니 쇤네도 알겠습니다. 나으리가 모르신단 말씀이십니까?”
김득신은 그제서야 그 글이 <백이전>임을 깨달았다. 그 노둔함이 이와 같았다. 하지만 만년에는 능히 시로 세상에 이름이 났다.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 중에서



다 안다고 이해한다고 깨달은 것은 아니다. 글의 뜻을 깨우치기는 쉬우나 내 것으로 만들기는 쉽지가 않다. 온전히 내 것이 된다는 것은 몸과 마음과 그 뜻이 같은 이유로 있는 것인데 그렇게 되려면 읽고 또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 같은 책을 수백번 수천번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권의 책으로도 세상의 모든 이치에 이를 수 있다. .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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