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내 감정들을 확인시켜준다.
몇몇 사랑은 비를 견뎌내지 못했다. 굳게 착색되지 못한 그 색깔들이 빗물에 씻겨 바래버렸다. 비는 붉은빛을 받아 삶에 이미지를 가져다주는 사진 현상액처럼 작용한다. 그것은 감정의 결정 작용을 완성한다.
가끔 비는 나를 대상 없는 사랑에 빠져들게 한다. (...) 하지만 그 짝 없는 사랑은 머지않아 실현된다.
비는 전조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
남동풍이 폭풍우를 예고하듯, 비는 내가 사랑할 여자를 예고한다.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
예보를 무색하게 만들며 느닷없이.

마트랭 파주의 <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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