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나간 것이 날마다 태엽처럼 감기고 풀리면서 단조롭게 반복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매일 만나는 여자와 지하철에서 스쳤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K와 그 밖의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서 어제처럼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한다. 한쪽 구석의 L은 역시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세미나에서 기념으로 받은 머그컵을 들고 일어선다.
마치 어제의 일을 지금 다시 기억하는 것 같다.
삶이란 잘 알 수 없는 것의 연속이라면 도대체 이미 보았고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보고 있는 이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여기에 내가 있으나 그 어디에도 없는, 살아 있으면서도 아무 것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한 세계에 갇혀있는 모양이다.
어제와 오늘, 그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이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만나는 그 여자가 어제는 로맨틱하고 걸리쉬한 스타일이었지만 오늘은 펜슬 스커트의 시크한 정장으로 바꿔 입은 정도의 차이라면 마땅히 설명할 것이 없다.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도 겨우 틀린 그림 찾기나 하다가 흐지부지 끝나버리는 그런 이상한 시간일 뿐이다.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한 우리의 두려움이 자꾸 태엽을 감고 있다.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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