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역을 매일 지나치지만 한 번 내려 보고 싶다는 마음만 있을 뿐 언제나 지나친다. 하지만내가 그곳에 내려야 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 시간이 멈추거나 전동차가 마침 그 역에서 고장이 나거나 하는 특별한 경우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랬듯이 이미 그 역을 수백 번 이상 지나쳤다.
그렇게 누구나 한 번도 내려 보지 못한 역을 하나쯤 가지고 있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 역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처럼 굳어져버린다. 그리고는 그 역에 내리면 내가 모르는 지금의 나와는 무관한 것들이 일어나는 다른 세계로 갈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이따금 해보곤 한다.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이들은 무엇에 홀린 듯 문득 그 역에 내려 낯선 길을 끝까지 걸어서 사라져버리기도 할 것이다.
<황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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