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없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생각이 나한테는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그 생각은 나처럼 조난을 당한 사람한테 틀림없이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그 생각이란, 현재의 내 상태를 애초에 내가 예상했던 일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즉 자비로운 하나님이 우리 배를 해변 근처에서 난파시키지 않았다면 반드시 벌어졌을 일과 비교해 보는 것이었다.
나는 육지 가까이에서 조난을 당했기 때문에 육지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편안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한테는 일하는 데 쓸 연장도, 내 몸을 지킬 무기도, 사냥을 할 화약과 탄알도 전혀 없었을 것이다. 만약 배에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나는 몇 시간이고, 아니 며칠이고 머릿속으로 아주 생생하게 그려 보았다.
물고기와 거북 말고는 먹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것들을 잡아먹기 훨씬 전에 틀림없이 먼저 굶어 죽었을 것이다. 설사 죽지 않았다 해도 나는 야만인과 다름없이 살았을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염소나 새를 잡았다 하더라도 가죽을 벗기고 배를 갈라 내장을 덜어 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짐승처럼 이빨로 물어뜯고 손톱으로 찢어 먹어야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하나님의 자비로운 은총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고 모든 어려움과 불행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내 처지에 대해 무척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 부분 역시 불행에 처하면 "누가 나처럼 고통스럽겠는가?"라고 쉽게 말해 버리는 사람들에게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