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창 쪽에 메어달아 놓았던 풍경이 바람이 심하게 불던 어느 날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내 손으로 동판에 청색 색연필로 그려서 만든 물고기가 살아서 지느러미를 퍼덕이며 하늘을 건너간 것이었다.
창문을 열자 세상은 온통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했다. 하늘을 건너간 물고기는 내가 삶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마음 같은 것이다.
그렇게 풍경이 흔들리는 창을 바라보며 한 때의 우울하고 힘들었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지금도 생각을 멈추면 문득 풍경소리가 고요하게 들린다.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