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꽃시장을 구경갔다가 덥썩 사온 꽃나무 하나가 꽃을 피우기는커녕 조금씩 시들더니 겨우 남은 줄기 몇 가닥만으로 그 해 겨울을 지냈다. 그게 안스러워 봄이 오자 햇빛이 잘 드는 창가로 옮겨놓아 주었다.
거짓말같이 줄기를 쑥쑥 늘리더니 보라색 꽃을 가득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꽃이 떨어지면 다시 피우는 것을 내내 열심히 반복을 하는 것이 마치 마르지 않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꽃나무는 어떤 꿈을 꿀까?
나는 꽃을 볼 때마다 그것이 궁금하기만 했다. 창가에 스치는 바람이 되고 싶거나 별을 닮고자 한 것은 아닐까.
꽃나무에게도 꽃을 피우기 위한 내일이 있는 것이다. 오늘만을 위해서 사는 것은 꽃나무의 삶도, 인간의 삶도 아니다.
꿈이 말라버린 꽃나무는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채 결국 시들 것이다.
잎을 더욱 무성하게 하고 줄기를 뻗어가듯 오늘 충만했다면 그 이유는 내 안의 아직 피우지 못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마르지 않는 꿈을 가져야 한다.
꿈이 있는 현실만이 진정한 오늘을 산다.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