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 같았다. 내 안에 있는 사막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은 어쩌면 늙어 가는 것과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 안의 사막 언저리에서는 어느덧 인간이 더 이상 거주하지 않는 세계에 대한 예감이 자라나고 있었다. 내면의 황폐화에 대한두려움도 생겼다. 사막은 소멸을 미리 조금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라는 고향으로 넘어가는 단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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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라면 우리는 존재하는 동시에 완전히 여분으로 남는다. 그곳에서는 우리의 삶에 짐이 되었던 수많은 일들이 아주 멀리 떨어져있고, 우리로부터 벗어나 있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는 결국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날 찾거나 필요로 하거나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나를 볼 수 있는 거울도 없는 곳이라면 나 자신마저 없어도 더 이상 낯설게 없기 때문이다.
라인홀트 메스너의 <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