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추억은 그냥 시골의 고향에 묻어두고 다르지 않은 각자의 이유로 떠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다니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면서부터 돌아가신 아버지와 오래 같이 있지 못한 잃어버린 그 시간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아쉽기만 하다.
고향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추억은 그대로 있지만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내 기억은 늘 어긋나고 혼란스럽기만 했다. 때로는 아주 낯선 모습으로 나를 맞이 하곤 한다.
하늘과 맞닿을 듯 죽 뻗은 미류나무 가로수가 그림처럼 길게 이어지는 그 멋진 길이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을 때 '언젠가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서 살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날 나는 깊은 상실감에 빠져 서둘러 서울로 올라와야만 했다.
사라지는 것들, 
그러나 눈을 감으면 생생하게 떠 오르는 것들이 너무나 그립다.
<황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