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하우스 - 너에게 말하기
김정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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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서로를 강하게 하지.
혼자서 강해지는 사람은 없단다.˝
-영화 ‘룸‘중에서-
이 책의 주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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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신부 전집 - 전5권
G. K. 체스터튼 지음 / 북하우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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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누나가 지인으로부터 빌린 후, 오랜시간을 책장 속에서 먼지 옷을 뒤집어 쓴 채 버려졌던 그런 가슴아픈 사연을 지닌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들었던 이유는, 뭐랄까 일단 추리 소설이고 아담한 두께와 크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책장을 하나씩 넘기면서 점차 사그러들 수밖에 없었는데, 이 책은 나의 잘못된 예측을 가볍게 밟아버릴 정도로 충분히 무겁다.

 내가 작가인 체스터튼을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쓴 것은 추리소설이되 추리소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체스터튼은 추리소설의 틀을 빌려 인간의 본성, 즉 누구나 거부하고 부정하고픈 가장 어두운 그림자, 바로 인간의 악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추리소설의 틀을 일정부분 벗어나 있는데, 주인공인 브라운신부는 범죄를 저지른 악당을 결코 단죄하려 들지 않는다.

 추리소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 볼품없는 탐정은, 이른바 정의라는 이름의 저열한 판결의 칼날을 세우지 않는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것은 인간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악이라고 믿고 있으며, 그 악의 주인이 스스로 다시금 악을 깨닫고 선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을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서 범인을 놓아주기도 하는데, 아마도 브라운신부는 악을 깨닫는 것이 우선이지 죄인을 잡는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이렇듯 사건에서 한발짝 물러나 오로지 철저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추구하는 외로운 신부의 시선은, 항상 인간의 악을 향해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형언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그는 희망을, 인간의 선을 본다. 가장 높은 곳을 날기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고독한 수행자. 이 것이 내가 브라운신부에게 내릴 수 있는 평가이며 이런 인물을 창조해낼 수 있는 체스터튼에 대한 평가이다. 체스터튼은 인간을 이해하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더욱 지독하게 악이라는 존재에 매달려야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에 대한 평가가 너무 후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추리소설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것은 추리소설이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소설들에 비하자면 약간 지루하고 조금은 부족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려 인간의 악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체스터튼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정말 멋진 소설을 읽은 것이다.

 책의 구절 하나를 인용하고 글을 마쳐야겠다. 이 구절이야말로 이 책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아닐까싶다.

 '인간이 보다 선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악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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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윤중진 지음 / 고려의학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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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법의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몇몇 형사물의 다큐멘터리나 외화가 아니라면, 일반인이 그런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단은 거의 전무한 형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중진박사의 저서 <법의학>은, 법의학에 관해 강한 매력을 느끼지만 막상 전문적인 지식에 접근할 수 없어 답답했던 분들께는 가뭄에 단비내리듯 느껴지는 최고의 안내서가 아닌가 싶다.

저자인 윤중진박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법의학자로, 일선에 선지 30년을 넘기는 한국 법의학계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저자는 자신이 이제껏 다뤄온 사건들과 주변 연구기관의 자료들을 합해 체계적인 법의학 입문서를 만들어내셨다. 책을 면면이 살핀다면 누구나 저자의 꼼꼼하고 치밀한 자료와 예시를 보며 그 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법의학은 법과학과는 조금 다르다. 법과학이 모든 과학적 접근방법으로 범죄를 밝혀낸다면, 법의학은 오로지 사체와 사체 주변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에 법의학은 일반적인 외과의가 아닌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법의학자가 다뤄야할 부분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반의가 사체의 검시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작금의 상황이다. 법의학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가, 일선 경찰의 인식 역시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기 때문이다.(근래에 밝혀진 개구리소년실종,사망사건에 대한 법의학자들의 사인규명에 경찰이 냉소적으로 반응한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법의학자들이 타살로 규정하자 내심 사고사를 기대한 경찰은 '그러면 당신들이 범인을 잡으면 되겠다'고 비아냥거렸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의학 분야는 상당히 침체되어 있다. 사망사건에는 자동적으로 관여하게 되어 있는 선진외국들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사체가 여러 단계를 거치며 복잡한 수순을 밟기에 법의학자들이 소신 있는 의견을 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치과의사모녀살인사건'으로, 스위스 법의학자에 의해 한국 법의학자들의 소견이 반박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한국 법의학의 위신이 손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현장에 접근할 수 없어 단순히 건네받은 자료로 2차적인 유추를 해야만 했던 한국 법의학자들의 한계가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만약 법의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저자가 머릿말에 올린 안타까움에 쉽게 공감하실 것이다.

글을 맺기 전에 한가지 주의드릴 것은, 절대 호기심으로 보는 것은 말리고 싶다. 현장에서 찍은 생생한 희생자들의 사진은, 분명히 호기심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시기 바란다. 일선에서 고생하시는 법의학자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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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3-11-26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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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과 문명 - 서구의 세계 제패에 기여한 9개의 전투
빅터 데이비스 핸슨 지음, 남경태 옮김 / 푸른숲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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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읽는다면 그다지 나쁜 책은 아니지만, 문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지 못한 독자가 곧이곧대로 이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책은 서구 문명의 우월성에 대한 도그마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너무 심한 왜곡이 책 전체를 뒤덮고 있다. 게다가 이 책의 분량 역시 상당히 많은 편이기 때문에 구태여 읽기엔 노력이 조금 아까운 책이 아닐까 한다. 책장에 꽂기도 좀 부끄러운 책이 아닌가싶다.

덧붙여 말해야만 할 것은 이 책의 제 9장에 대한 보충 설명이다. 9장에서 저자는 왜곡된 주장을 일삼고 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저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독자가 있을지도 몰라 몇 가지에 대해 조금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1. 위에시의 학살 - 저자는 위에시에서 발견된 3천 구의 시신을 예로 들어 베트콩의 학살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들이 민간인으로서 학살된 것인지 전투를 벌이다 죽은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자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현장 취재를 요청했으나 군에서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군의 발표 외에는 이들이 학살되었다는 증거는 더 이상 밝혀지지 않았다.

2. 라오스, 캄보디아에 무력으로 들어가는 것은 전쟁 내내 금지되었다. - 이 두 나라에 존재하는 호치민 루트를 봉쇄하기 위해 미군은 무제한적인 폭격을 가했다.(그 때 터지지 않은 불발탄 덕분에 지금까지도 라오스 국민들은 해마다 수백 명이 희생당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불발탄이 잠재된 국가가 되어버렸다.) 또한, 남베트남군을 앞세워 직접적인 침공까지 감행했다. 저자는 캄보디아가 공산화 된 것이 미국의 책임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도리어 비난하고 있는데, 중립적인 시아누크 국왕 정권이 붕괴된 데에는 미국이 일정한 역할을 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의 침공으로 인해 발생한 소요는 크메르 루즈가 정권을 잡게 된 중요한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3. 1950년대 북베트남에서는 1만에서 10만 명이 처형당했다. - 아마도 토지 개혁 과정에서 일어난 처형을 말하는 듯하다. 1950년 대 초에 시행된 북베트남의 토지 개혁은 그 과정에서 지주 약 2,000명을 처형했다. 이 것은 내외의 격렬한 비난을 불러 왔으며, 북베트남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처형을 금지했다. 이후로 적어도 더 이상의 공식적인 처형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책에서 인용된 수만 명이 희생되었다는 말은 남베트남으로 탈출한 북베트남인의 증언에 전적으로 토대를 두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의 마을에서 죽은 사람의 수로 북베트남 전체에서 몇 만이 죽었을 거라는 짐작을 말했을 뿐이었다. 어떠한 사실 확인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수치는 많은 사람들의 의혹을 샀다.

4. 국제사면위원회는 전후 북베트남의 인권유린을 비난했다. - 국제사면위원회는 전쟁 중에 미국 역시 강력히 비난했다. CIA가  '적색분자 색출 및 정보 수집'의 목적으로 실시한 '피닉스 작전'으로 인해 최소 5만 명 이상의 남베트남 사람들(이들의 대다수가 무고한 민간인으로 추정되었다)이 살해당했다. 희생자들은 상습적인 고문, 폭행, 강간에 시달렸으며 국제사면위원회는 미국과 남베트남의 인권유린을 개탄했지만, 미국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이 외에도 수많은 거짓이 존재하지만, 나머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2000자 이상 쓰지 못하는 규칙 때문에 나머지는 적지 못했다.) 북베트남의 인권유린은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이 미국의 정책이나 작전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은 북베트남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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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03-06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망스럽습니다. ^^;
이렇게 소중한 정보를 주시면서 2천자 한계를 핑계로 글을 끝맺으시다니요.. 두 편으로 나눠서라도 더 써주시지. 열네번째로 추천 누릅니다.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이 이리도 편협할 수 있는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