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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죽은 그녀
로사 몰리아소 지음, 양영란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모처럼 도서관에 갔다가 새로 들어온 책 코너를 보다가 얇기도 하고 제목이 눈에 띄어서 빌리게 됐다. 표지와 제목만 봐서는 핑크핑크한 데 다 아름답다니까 '죽은'이라는 게 비유적인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여자는 진짜로 죽은 거였다. 그렇다고 해서 추리나 스릴러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소설은 죽은 사람이 아니라 그를 발견한 목격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든 것이 짐작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이어지는 글이었다. 처음엔 이게 뭔가? 뭐 하자는? 대체 무슨 장르지? 했는데, 예상을 겉돈 바람에 더욱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강변에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그 목격자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목격자가 무려 다섯 명이나 되지만 여자를 보고 바로 신고를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사람들의 동요가 왜 이렇게 크지 않을 걸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역시나 그들의 일상은 무사하지 못했고 내내 신고를 고민하는 모습에 공감을 느꼈다. 하지만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바로 신고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하긴 직접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이렇게 쉽게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신고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하는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막상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떤 사정으로 인해 신고하지 않고 지나쳐버려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를 일.
시체가 발견되는 걸로 시작되는 이야기답지 않게, 소설 자체는 나랑 병맛 코드도 잘 맞고 전개도 빨라서 재미있게 잘 읽었다. 뜻밖의 발랄?한 분위기에 좀 당황스러웠지만, 결국엔 적응하고 잘 읽음. 엔딩이 조금 허무하다면 허무하고 그럴싸하다면 그럴싸한데, 나는 재미있게 읽은 만큼 괜찮은 엔딩이었다고 본다. 특히나 단편이라서 더 납득이 간 엔딩이었다. 만약에 장편소설에 이 엔딩이었다면 음......... (부글부글)
여혐코드 때문에 읽기 불쾌했다는 후기도 있던데, 나는 이거는 대놓고 비꼬는 건데? 싶어서 오히려 가볍게 시원하게 읽었다. 전개가 굉장히 빠르기도 했고 200페이지가 조금 덜 되는 짧은 분량의 소설이라 엔딩이 약간 허무했음에도 시간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만족!
짧은 시간 안에 확 읽을 수 있는 그야말로 킬링타임용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