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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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접한 건 지금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가 더 먼저였다. 책 제목은 알고 있었는데, 왠지 제목이 끌리지 않아서 읽지는 않고 있던 차였다. 그러다 SNS에서 치마가 너무 짧다는 상사의 지적에 차도르를 입고 나타난 고아라의 캡처를 보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었다. 여성이 외모에 대한 지적이 노골적이든 우회적이든 아직도 굉장히 많은 게 현 실정인데, 나도 그런 지적 아닌 지적을 당해 본 사람 중 하나로서, '박차오름'이 대리 사이다를 마시게 해 줬다는 게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첫 번째 이유였다.
드라마는 보다 중도 하차했지만, 책은 시원하게 끝까지 다 읽었다. 보다 말아서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는 임바른과 박차오름 사이의 썸이 있는 것 같던데, 소설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어서 깔끔해서 좋았다.

부장판사 출신인 분의 글이라 조금은 딱딱하지 않을까 했는데, 되게 가벼운 듯 흐르면서도 주옥같은 촌철살인 멘트가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는 멋진 소설이라고 느꼈다. 직전에 봤던 '악마의 증명'을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모든 법관 분들이 으레 생각하는 이미지처럼 건조하고 딱딱한 분들만은 아니구나 싶었다.
아무튼! 법정을 다룬 드라마가 유쾌하면서 교훈적이기까지 하다니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드라마에서는 아무래도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서였는지, 박차오름이 지나치게 자주 울고 감정적으로 행동해서 오히려 공감이 덜 가고 왜 뻑하면 우는 거야, 검사가 저러면 어쩌지 싶었는데, 소설에서는 불의를 못 참는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굉장히 담백하게 그려져서 위화감이 없었다. 그래서 소설 쪽이 더 좋게 느껴졌다. (물론 드라마도 재미있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 중에 한세상이 '법정에서 가장 강하고 위험한 자는 바로 판사'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모든 판사들이 어떠한 외부의 목소리나 힘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또한 어떠한 내부의 생리나 편견에 휩쓸리지 않고 한세상의 말과 같은 생각으로 가장 '법다운 법'대로 판단할 때, 진정한 법치가 실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그동안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면 당연히 복수라는 개념에 치중해서 지독하고 악랄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이게 함무라비 시절에는 약자에 대한 보호 차원의 개념이었겠구나 싶어서 조금 감동했고 또 안타까웠다. 그 시절에도 약자에 대한 보호를 추구하고자 했다는 데에서 감동했고, 여전히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사람이 많은 현실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웠다.

특히 '검사의 일'이라는 페이지가 좋고도 안 좋았?는데, 그 부분은 종종 이해가 안 가서 되돌아가 읽고 하기도 했다. 눈은 읽었는데 뇌는 안 읽은 그런 상황. ㅎㅎㅎㅎㅎ 여전히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틈새 인문학 도서 같은 부분이라 좋았다.

책 한 권 읽는 것으로 어떻게 감히 누군가를 완전히 판단할 수 있겠느냐마는, 나온 지 1년이 더 된 책인데도 사이다 같은 부분이 많았다. 작가님에 대해 여러모로 깨이고 깨우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재미있게 잘 읽은 소설 한 권으로 문유석 작가님 내 마음에 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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