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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은 참 많이 들어봤다 싶은데 안 읽은 책이 있다.
역시 읽은 것 같은데 막상 펼쳐보니 안 읽은 책이었음을 인지하게 되는 책이 있다.
이 책 또한 그랬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존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제목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을 읽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두께도 비슷하고, 전쟁이라는 상황이 비슷해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가독성과 생각할 부분에 있어서 굳이 둘을 비교하자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에게 한 표를 더 주고 싶긴 하다.
이 책은 두께가 약 3센치에 달하고, 500페이지가 넘는다.
총 3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내가 산 책은 한 권 짜리지만 90년대 초에 나온 책은
1,2,3부를 각각 한 권으로 해서 3권짜리이다.
그래서 선뜻 읽기 위해 시도하기가 쉽지는 않는데
막상 펼쳐서 읽기 시작하면 의외의 가독성에 놀란다.
읽으면서 영화 '본 아이덴터티'가 생각나기도 했다.
주인공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생각되어 그랬나보다.
전쟁을 겪은 쌍둥이들의 엇갈린 운명에 관한 이야기인데
안타깝고 아픈 일들이 자잘하지 않게 담담하게 그려진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라(겪고 싶지도 않지만)
극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잘 안될 수도 있지만
작가는 실제 겪은 이야기를 토대로 적어나갔다고 해서 더 아프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다 읽고나면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오버랩되듯이 떠오르는데
우리가 기억한다고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 각자의 기억하고 싶은 모습으로
왜곡되어서 저장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하면 소스라치게 두려워진다.
나 또한 그렇게 왜곡된 기억을 진실로 믿고 살아가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까 싶어서.
그리고 또 하나.
기록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는 것 같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이야기라는 것은 어느 정도 기록을 전제로 펼쳐나가기 마련이니까.
기록을 게을리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