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속으로 -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
원도 지음 / 이후진프레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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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돌이와 포순이는 속까지 웃고 있을까?>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경찰국 신설 문제로 떠들썩한 요즘이다. 경찰복을 입고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다며 삼보일배를 하는 경찰관 사진이 실린 기사가 있다. 그런가 하면 경찰이 오히려 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보인다. 또 때로는 뉴스를 통해 여러 경찰관의 선행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경찰은 어떤 위치에 있고 무슨 일을 하며 얼마나 힘든지 우리는 잘 알고 있는 걸까? 그들의 근무환경은 괜찮은 걸까?


여기 용기를 낸 경찰관이 있다. 현직 경찰관인 작가는 파출소에 근무하면서 겪었던 일을 가까운 언니에게 편지를 쓰듯 담담히 그 속내를 전한다. 작가는 원도라는 필명을 썼는데 작가가 누구인지 상상하도록 유도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문득 마주치게 되는 경찰관을 보면서 저 사람이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하는 호기심으로 한 번 더 쳐다보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그만큼 경찰관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던 듯하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산 사람에 대해서, 2장은 죽은 사람에 대해서, 3장은 남은 사람에 대해 말한다. 목차부터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읽어 보라는 느낌이 들어 침 한 번 꿀꺽 삼키고 심호흡을 한 뒤 한 페이지씩 넘겨 보았다.


작가가 직접 만났거나 혹은 선후배의 경험담을 통해 접한 사건들과 사람들 이야기였다. 26개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단순히 경찰은 이런 사람들 때문에 힘들답니다, 이런 일도 있답니다.’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 경찰조직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으며, 경찰관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어서 안타깝다고도 했다.

 

우리는 2019년 순경 기준으로 시간당 2,997원의 야간수당을 받으며 일하고 있어. 2018년에는 2,937원이었는데 해가 바뀌고 60원이 오른 거야. (중략) 평균 3,000원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면서 보내는 밤은 참 길고도 지독하더라.”

 

2019년 기준으로도 최저시급의 반도 안 되는 야간수당을 받으며 일하는 경찰관에게 우리는 사명감운운할 수 있을까? 3천 원으로는 편의점 도시락조차 사 먹을 수 없다. 빵 하나, 우유 하나 겨우 살 수 있으려나. 이 정도로 경찰관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줄 몰랐다. 그리고 온갖 사람들의 방패막이가 되어야 하는 줄도.


파출소나 경찰서를 찾아가야 하는 일이 아닌데도 일단 들어가 보는 사람들, 잘못 찾아오셨노라고 내칠 수도 없는 경찰, 어떻게든 그들을 도우면서도 때로는 죽을지도 모를 위험에도 자주 노출되는 경찰, 최저시급의 반도 안 되는 야간수당을 받으며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 등등.


경찰관 혼자서 감내해야 하거나 경찰조직 하나 만의 변화로 이 모든 것을 바꾸기는 힘들어 보인다. 우리 사회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경찰이라는 명찰을 달아주고 그들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떠넘긴 것은 아닌지.


작가는 마지막에 불편한 현실을 끝까지 마주 보고 앞을 향해 나아갈 거라는 굳은 다짐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열악한 환경에도 그런 다짐을 해주는 경찰관의 모습을 보여줘서 독자로서, 시민으로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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