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여러 상을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내가 맛있게 먹을 만한 요소는 없었다.
진짜 먹어도 너무 먹을 것이 없었다. 책 읽은 시간이 아까웠을 정도였다.
서평단 신청을 할 때에 제목을 보고 흥미가 생겨 궁금해지거나
무슨 상을 받았다고 하면 신청 버튼을 누르게 된다.
#엘크머리를한여자 는 미국의 여러 상을 휩쓸었다는 카피 문구가 많았고
제목에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서평단 신청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스티븐그레이엄존스 작가는
인디언 중에서도 블랙피트족 출신으로 자전적인 북아메리카 원주민 이야기와
호러 소설을 주로 써온 사람이라고 한다.
이 소설 역시 주인공들이 블랙피트족 출신으로 엘크 사냥과 관련하여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기술해놓지 않았다.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대로 10년 전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전개되기 때문에 그 흐름을 따라가기가 읽는데 방해요소로 느껴졌다.
책의 중반부까지는 주인공들이 10년 전에 새끼를 밴 엘크를 죽인 죄책감으로 인해
엘크 머리를 한 여자가 환영처럼 보이는 것인가 싶었다.
(차라리 환영으로 보이는 설정으로 계속 갔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소설의 중반부를 넘어가면 엘크가 사람으로 환생했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고
사람으로 변했다가 엘크로 변했다가 하니, 이건 무슨 헐크도 아니고
그런 설정은 너무 비약적인 것이 아닌가.
번역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다.
소설 전체를 총 4장으로 분류해 두었는데
3번째 장 '스웨트로지 대학살'이라는 소제목을 봤을 때 '스웨트로지'가 지역명인가 싶었다.
지역명이 아니었다. 3번째 장이 180페이지 가량 차지하는데 '스웨트로지'에
대한 단 한 줄의 어떤 설명도 없다.
미국 사람들은 알고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문화를, 인디언 문화를 잘 모르는 한국 독자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소설을 번역했다면 한 줄의 설명은 해주었으면 어땠을까?!
물론 180페이지나 차지하기 때문에 읽다 보면 아, 이런 것이구나. 하고 알게 되기는 한다.
그래도 소설을 좀 더 읽기 쉽게 해줄 마음이 있었다면 한 줄의 설명은 해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책 뒤표지에 있는
'우리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 자신이 저지른 죄악에 대해 얼마나
오랫동안 대가를 치러야 할까?라는 카피 문구는
#이언매큐언 의 #속죄 에 붙여줘야 할 문구이지
이 소설에 붙여줄 카피 문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또 한 가지, 특히 소설은 오타와 오역이 몇 군데 있으면 가독성을 확 떨어트려버린다.
오타도 몇 군데 발견되었으며 원문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역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상하다 싶은 문장이 제법 많았다.
책을 읽으면서, 서평을 쓰면서 이번만큼 화가 난 적은 없다.
다른 이웃님의 글에서 평점으로 별 3개를 주신 것을 봤는데
나는 별 3개도 아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