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오늘의 젊은 문학 5
문지혁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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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띠지에 있는 #김연수작가 의 저 한 마디 문장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청명한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무의 모습도 왠지 소설은

담백하고 깔끔한 이야기들로만 채워져 있겠지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책은 총 8개의 단편 소설을 묶어 놓은 것인데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다.

그렇지만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우아하고 깔끔한 문장 덕분인지

담백한 바지락칼국수를 후루룩 들이켜는 것처럼 가독성이 좋았다.

칼국수의 뜨끈한 국물이 뱃속을 덥히는 것처럼 마음에 남는 문장들도 좋았다.

저녁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약 3시간 만에 다 읽은 것 같다.

8개의 단편소설은 다음과 같다.

[다이버], [서재],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폭수],

[아일랜드], [애틀랜틱 엔딩],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어떤 선물]

[다이버]는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키게 했고,

[서재] 와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 는 제목은 다르지만

두 작품이 연결되어 있었다.

'종이책이 금지된 미래'라는 설정이 재미있기도 했고,

그것은 얼마든지 다른 단어로 바뀔 수도 있는 설정이라 조금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과 그것을 원하지 않는 방향의 사람들 간의 대립과 갈등은

어느 사회에서든 늘 일어나는 일들이고 목격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폭수]와 [아일랜드]는 아이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이야기인데

[폭수]에서의 아버지는 겉으로는 삶을 이어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의 아픔은 치유되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었고

[아일랜드]의 아버지는 삶의 모든 부분을 포기한 채 동화책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폭수]에서의 아버지와는 달라 또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애틀랜틱 엔딩] 과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는 '엔딩'에 초첨이 맞춰져 있는 듯 했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끝을 향해 담담히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그래도 우리는 어떻게든 나아가 본다. 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선물]은 작가의 경험담에서 비롯된 에피소드 같았는데

삶의 한 장면이 때론 선물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작가는 어떤 이야기든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계속 보이고 있는 듯 하였다.


나와 당신의 앞에 놓여진 다리를 건너고 마지막에는 만나며

서로에게 서로의 다음 페이지가 되어 한 권의 책이 되길 바라는 마음.

마지막 #작가의말 을 읽어보면 8개의 단편소설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각자의 앞에 놓인 다리를 건너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



삶이 고되다 느껴질 때 다시 이 책을 꺼내서 한 페이지씩 천천히

읽어 보게 될 것 같다.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디 우리가 서로에게 서로의 다음 페이지가 되기를.‘ 아빠는 언젠가 내가 이 책을 읽게 될 거라는 걸 알았을까? 저 ‘우리‘가 만약 아빠와 나라면. 내가 아빠의 다음 페이지라면, 그렇다면 우리는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까?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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