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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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장류진 작가의 단편소설이 8개가 실려있는 소설집이다.

그래서였을까?! 짧지만 저마다의 강한 인상을 주는 소설들이라 금방 읽혔다.  

단편소설들이라 잘 읽혔을 수도 있지만 내 이야기 같아서, 내 지인들 이야기 같아서

더 잘 읽혔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서 그 친구가 다니는 회사에 있는

이상한 상사와 동료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아, 진짜? 우리 회사에도 그런 인간 하나 있는데, 이렇게 행동 안 하든? 

그런 느낌이라 술술 읽혔다.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역시나 10년 정도는 회사 생활을 한 사람이다,

그럼 그렇지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직장인들의 심리나 회사 생활을 생생히 그려내기 어렵다.


8개의 소설들 중 내가 겪은 경험과 그때의 내 생각들이 작가의 언어로

표현되어 있어 놀랍기도 하고 공감이 갔다. 


8개의 소설들 중에 유일하게 화자가 남자인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는

마지막에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만만한 남자에게 계속 여지를 주는 듯

적당한 호의와 배려를 베풀고는 아니지롱~ 잘못 짚었지롱~ 하는 느낌이어서 말이다. ^^


마지막에 실린 '탐페레 공항'의 이야기는 나의 경험과 비슷해서 살짝 마음이 아팠다.

내가 일본에 어학연수로 갔을 때는 한창 욘사마 열풍이 불고 있었을 때였다.


욘사마 열풍으로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일본인들이 많았고, 아마 그런 분들의 요청으로 대학교 내에는

한국어 교실이 열려 있었다.

한국어 교실에서 어느 정도는 한국어로 대화가 되는 수준의 반에서

회화수업을 위해서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수업에 한 번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우리는 한 번 수업에 참여해서 그 학생들(대개 주부들이었다)과 한국어로 대화 해드리면서

조금 가르쳐 드렸다. 그분들은 그동안 열심히 배운 한국어를 드디어 실제 한국인과 대화를 해보는 구나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그분들 얼굴에는 아이와 같은 설렘과 흥분이 가득 해 보였었다. 


수업에 참여한 건 한 번 뿐이었는데 한국에 돌아온 뒤에 그 중 한 분과

편지를 두어 번 주고 받았다. (다른 친구들도 편지를 주고 받은 사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


한국에 돌아와서는 내가 취업준비로 바빴기 때문에 취업문제가 해결되면 답장 써야지, 하다

미루게 되었고 어느샌가 나는 잊어버렸다. 답장을 쓰자니 시간은 벌써 몇 년이 흘러 있었고

가끔 책상 정리를 할 때면 그 분이 마지막으로 보냈던 편지와 사진이 불쑥 튀어나오곤 했다.


일본어로 쓴 편지와 같은 내용으로 서툴게 한국어로 쓴 편지, 남편 분과 찍은 사진이 들어 있다.

답장에는 늘 내가 일본어 틀린 부분을 첨삭 해 주시는 것도 잊지 않으셨다. 

내가 일본 회사에 취업했다고, 그때 사귀던 그 사람과 결혼했다는 것도, 쓰고 싶었는데

왜 나는 쓰지 않았을까? 답장을 받으셨다면 기뻐해주셨겠지?

아직 그 주소에 살고 계실까? 

다시 써 보자니 너무 늦어버린 것 같다. 


마지막 소설을 포함하여 실린 모든 소설들이 이 시대의 20.30 혹은

30.40의 현주소를 너무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경쟁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든 삶 속에서 고군분투 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기브 앤 테이크.를 철저하게 실천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씁쓸하지만 그저 슬퍼할 수도 없는 통쾌하고 조금 웃기기도 하지만

마냥 웃을 수도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소설집의 제목을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 한 것처럼 안 할 수 없는 일. 에서

슬픔을 느끼기도 하지만 기쁨을 찾아 살아나가야 하는 우리들.임을 상기하게 된다.




#일의기쁨과슬픔

#장류진

#창비출판사







"나도 그래요. 사무실 나서는 순간부터는 회사 일은 머릿속에서 딱 코드 뽑아두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고 아름다운 것만 봐요. " - P56

"데이빗, 우리도 이제 믹스커피 마시지 말고 캡슐커피 마셔요. 머신은 제가 가져올 테니까."
"으응......그게 많이 비싼가?"
"당연히 믹스커피보다는 비싸죠. 대신 그만큼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겠어요? 자동차만 해도 일반 휘발유 넣는 거랑 고급 휘발유 넣는 거랑 차이가 날 텐데." - P61

"가만 보면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 같아요."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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