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자유
천지윤 저자 / 토일렛프레스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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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국악공연을 보게 되었다. 

거기서 해금은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지만 소리와 존재는 작지 않았다. 

그저 해금 소리가 좋구나,하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고 있었는데 운명처럼

해금 연주가의 에세이 서평단 모집 글을 보게 되었다. 

해금 연주가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해금이라는 악기는 구체적으로 어떤 악기일까?!하는 궁금증을 안고 도착한 책을 찬찬히 읽어보게 되었다. 


'단정한 자유'라는 제목에서 주는 느낌은 해금이라는 악기와 천지윤이라는 해금 연주가의 모습을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가야금처럼 현이 많거나 무겁고 화려한 느낌이 아니라 단 2줄로 작은 몸통을 하고 있는 해금에서 물 흐르듯 자유롭게 나오는 소리. 그 소리를 내기 위한 연주가의 노력과 열정. 


우선 책은 천지윤 작가가 해금 연주가로서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해금을 연주하기 시작하며 세계 여러 나라를 순례하듯 다닌 일 부터(파트 1)

해금을 더 잘 연주하기 위해 애써주셨던 어머니의 모습과 연주가로서의 노력들(파트 2)

해금이란 어떤 악기인지, 역사에서의 해금, 직업으로서의 해금 연주가의 삶(파트 3)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해금 연주가로서 걸어온 길과 추천사, 편집자의 글로 마무리 짓는다.


에세이라고 하여 책 두께가 두껍지 않을거라 예상했는데 받고 보니 책은 약 400페이지에 달했다. 해금에 대해 얼마나 알려주고 싶고, 열정이 어떠한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많이 표현되었구나 싶었다. 

해금에 대한 이야기였으므로 궁금한 부분이 있을 때마다 유튜브를 통해 소리를 찾았다.


대개 독서할 때 나는 조용한 음악조차도 틀지 않고 읽을 정도로 책 속으로 몰입해서 읽는 편인데

해금 소리는 큰 방해없이 잔잔하게 흘러 주는(?!) 느낌이었다.

해금 연주를 들어가며 해금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 보는 느낌은 새로웠고 좋았다. 




그러나 출판사의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일까?!

아쉬웠던 점 3가지를 꼽아보려 한다.


해금이라는 악기에 대해 설명하는 지면을 50페이지나 할애했는데

그 부분에서 해금에 대한 그림이나 사진 한 장 들어가 있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너무 아쉬웠다. 


두 번째로 아쉬웠던 점은 작가가 밝히기 어려워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금이라는 흔하지 않은 악기를 선택했던 계기나 이유가 있었을텐데 그 부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아 더 궁금했고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독자 타깃을 일반인으로 했다면 

일반인들이 잘 이해하기 쉬운 단어 선택이나 단어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추가 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일반인들이 잘 쓰지 않는 '채보', '하모닉스 효과', '패시지' 같은 단어는 설명이

한 줄 더 있었으면 했다. 일일이 검색하느라 가독성이 떨어졌던 것이 아쉬웠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언가를 향해 우직하게 갈 수 있는 것은 ‘열망‘을 연료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 P19

마음 속에서 자신의 진실한 바람을 찾아내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누군가에게 주입된 가치가 아닌 내 존재 자체로 바라게 되는 일들이 있다. 그것이 그 존재의 고유성이거나 사명이라 할 수도 있겠다. 진실한 바람은 힘들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소중한 인연을 만나게 하는 힘.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페이지를 만들어가는 힘. - P49

지나고 보면 편안하고 유려하게 흘러가던 날들은 태연하게 잊혀지고, 고생스러웠고 녹록치 않았던 날들이 삶의 흔적으로 남는다. - P55

곁길로 새도 좋다. 한참 쉬었다가 농땡이를 부려도 좋다. 삶에도, 즉흥에도 정답은 없다. 즉흥의 길에 들어서며 스스로의 영토를 확장하고 삶의 지도를 다채롭게 그릴 수 있게 되리니. 즉흥이란 풍성하게 존재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임에 틀림없다. - P133

서로의 마음에 완벽히 가닿을 수는 없지만 서로가 되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랑일 것이다. 내가 당신이 된다는 것은 영원히 요원한 일일 테지만 그에게 닿으려는 버둥거림이 사랑일 것이다. 세상 만물은 끝이 있기에 새로울 수 있다. 절정에 이르면 하강하게 되어 있고, 하강 후엔 소멸한다. 소멸은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이 여행도, 인연도 그러한 흐름 속에 있음을 알았다. - P153

인생에서 고난은 종종 찾아온다. 고난이 없다면, 어떠한 저항도 없다면 성장이란 것을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온화한 날들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인생은 불공평한 것이지만 누구에게라도 각자의 어려움이 공평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쉬운 인생은 아무에게도 없으리라. 다만, 어려움을 행운으로 만드는 것도 각자의 몫이고 역량이려니 생각하게 된다. 쨍하게 맑은 날과 바람이 따뜻하게 불어오는 날들 속에 있다고 믿다가도 불현듯 쓰나미에 얻어맞는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 P182

오늘 내가 들어 올린 덤벨의 무게만큼, 스쿼트를 하며 견뎌낸 내 몸의 무게만큼 번뇌는 사라지고 용기는 살아난다. 나의 강인함을 믿게 하는 힘. 마음에 구름이 낀 듯 우울해지면 운동을 하러 간다.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 실수한 것 같고, 이불킥 할만한 헛소리를 한 것 같아 마음이 소심해지는 날에도 운동을 하러 간다. 운동 앞에서는 어떤 일도 별 일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마법. 경험해보시기를! - P217

"소리에는 그늘이 있어야 한다"고 스승님은 말씀하셨다. 이십대에는 ‘그늘의 미학‘을 알지 못했다. 지금은 어떤 존재와 현상이든 그 안에 밝음만큼의 어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삶에 매끄러움과 평탄함만 있기 어렵고, 완벽한 질서와 계획 속에서만 살아가기 어렵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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