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없으면 가난해지고 - 여자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사적인 이야기
김박은경 지음 / 소명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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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 때 친구들이 귓속말을 했다. “이거 비밀인데, 너한테만 말하는데...누가 누구를 좋아한대.”   나한테만 알려주는 거라며, 비밀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면 반 친구들이 다 알고 있는 일이었고, 되려 내가 제일 나중에 알았다거나 그런 적이 허다했다. 

그래도 누군가가 말소리를 낮추며 이거 비밀인데...그러면 일단 자세를 낮추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비밀이 아닐 일이 될 줄 알면서도, 그렇게 숱하게 경험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책 제목이 '비밀이 없으면 가난해지고'라니. 그리고 부제가 '여자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사적인 이야기'란다.

 '비밀'이라는 단어 앞에서 그렇게 또 귀가 쫑긋, 솔깃해지고 만다. 과연 어떤 비밀이길래 비밀이 없으면 가난해진다고 하는 걸까?! 부자는 못 되어도 가난해지기는 싫은데 말이다. 궁금증을 가득 안고 책을 펼쳐 보았다.  시인이 낸 시집이 아니라 산문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총5부로 이루어진 산문집은 촘촘한 듯 하면서도 전체적인 느낌은 따뜻했다. 

1부 '어쩌자고 우리는 이렇게 다정한 걸까' 로 시작하여 5부 '웃으며 안아 주며 그리며 그리워하며'로 이어지는데 그에 따른 각 소제목들도 다정한 느낌 한가득 이다. 다행히 왜 비밀이 없으면 가난해진다고 하는지 책 앞 부분에 빨리 말씀해주셔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비밀 속에 숨을 수 있다는 거, 헝클어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는 거, 거기 숨을 수 있고 기대 쉴 수 있다는 거, 그럴 비밀이 없으면 마음이 가난해진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작가님의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주는 이야기이자 삶의 깨달음들이었다.

때론 엄마의 잔소리 같기도 하다가 때론 친구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가 친언니의 경험담 같기도 한 여러 이야기들. 꼭 여자 사람이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야기들의 향연이었다고나 할까. 어, 나도 이런 적 있는데, 나만 이런 생각하고 사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글에서 책 구절을 인용하거나 알려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인데 내가 읽었던 책, 읽으려고 사둔 책이 많이 나와서 그것 또한 반가웠다. 잘 몰랐던 책이 나올 때는 따로 메모를 해두었는데 나의 취향과 비슷해서 좋았다. 

산문집이라고는 하지만 시 한 구절 읽는 느낌이 들게 리듬이 딱딱 맞는 글자 수와 문장이 있는 페이지를 보면 역시 시인의 글쓰기 답구나 싶기도 했다. 

책의 후반부 쯤가니 궁금해졌다. 비밀이 없으면 가난해진다고 했는데 작가님은 이렇게 비밀들 풀어 놓으시고 가난해지셔서 괜찮으신 걸까 싶었는데,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봐 마지막에 추신을 써두셨다. 당신의 비밀을 들려달라. 나는 또 나만의 비밀들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이어리는 늘 1년치를 다 못 쓰고 길게 써야 4월까지 겨우 쓰곤 했는데, 내년부터는 열심히 써보리라 다짐하며 오늘 내년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나도 숨고 기댈 수 있는 비밀들을 적어 나가기 위해서 말이다. 

작가님이 다음과 같이 얘기해주시는 말에 힘을 얻고 열심히 기록해보자고 또 다짐 해본다. 


" 써 놓은 걸 돌아보면 알게 될 거야. 

오늘의 지옥이 내일은 별 게 아닌 게 되고, 

오늘의 평범이 내일의 특별이 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하지만 

오늘은 언제나 어제인 날들의 총합이라는 것. 

기록하며 기억하며 만들어가는 운명을 조금은 믿어주기 바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비밀은 필요하다. 비밀이 없어지면 가난해진다. 비밀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 헝클어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부끄러운 생각들을 전지할 수 있다. 스스로를 용서하고 이해할 수 있다. 거기 숨어있을 수 있고 기대 쉴 수 있다. - P86

매일 있었던 일, 기억해야 하는 일들을 메모라도 해 두어야 해. 기록해 두지 않으면 다 사라진다. 비교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어. 나만의 기록이 나만의 준비가 될 거야. 써놓은 걸 돌아보면 알게 될 거야. 오늘의 지옥이 내일은 별 거 아닌 게 되고, 오늘의 평범이 내일의 특별이 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하지만 오늘은 언제나 어제인 날들의 총합이라는 것. 기록하며 기억하며 만들어가는 운명을 조금은 믿어주기 바라.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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