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졌어 - 평범한 직장인에서 산 덕후가 된 등산 러버의 산행 에세이
산뉘하이Kit 지음, 이지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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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산뉘하이kit은 평일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마음이 답답할 때는 도시 곳곳을 달리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2014년 이전에는 풀코스 마라톤 선수이기도 했는데, 오랜 시간 간호했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로 상실감이 커서 달리기 영혼조차 함께 사라졌다.

달릴 수 없게 된 이후로 삶의 의지조차 흐릿해져 뭔가 하려고 해도 기운이 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친구가 sns에 공유한 설산 등반에 관한 글을 우연히 읽게 되고 2015년 9월 생애 처음으로 산을 오르게 된다. 느리게 걸으면서 하나둘 떠오르는 기억, 체력의 한계에 직면할 때마다 사무치게 그리운 기억들. 매년 9월이 되면 산뉘하이kit은 산을 오른다. 어머니 때문에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다시 나 자신을 찾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등산이 뭐가 좋아?"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산이 좋은 이유, 산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들려준다. 저자의 필명 '산뉘하이'는 '산이 좋은 아이'라는 뜻이다. 타이베이 사람이며, 낮은 산을 좋아한다. 사찰이 많은 지역에서 자라서 그런지 직장인이 되면서부터는 걷기를 즐기게 되었고, 인생 첫 마라톤을 하고 산에 오르면서는 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매일 아침 7시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01 첫 일출을 본 순간부터

02 조금 괴로워도 무리가 되더라도

03 함께 오르는 산

04 산과 나 사이

시간을 들여 생각을 정리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욕망과 욕심, 미련을 잘라내고 떠나보내는 일이다. p. 034

나는 나이며, 나의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모두 내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나를 좋아하든 말든 나는 그냥 이런 내가 좋다.

p.036

"살아가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아. 어려울게 뭐 있겠어? 살아남는 게 어렵지. 그게 정말 어려운 거야."

p.096

너는 너의 것을 사랑하고, 나는 나의 시간을 보내는 것. 그렇게 각자 자기 자신으로서 잘 살아가는 것.

p.208

 

 

 

 

과거의 나는' 어차피 내려올 건데 산을 왜 굳이 올라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때는 사실 운동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을 때였다. 지금은 걷고 뛰는 것이 좋다. 걷고 뛰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면 힘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운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사실 등산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018년도 성산일출봉 앞에 숙소를 잡고 제주도 여행을 했을 때만 해도 그렇다. 숙소에서 보이는 성산 일출봉의 뷰는 너무도 아름다웠지만, 별로 오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성산일출봉 앞의 2박 3일 동안 성산 일출봉의 근처도 가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오르지 않았지 후회되기도 한다.

 

 지금은 '등산'이라는 것이 유행하는 것 같기도 하다. 주변 친구들의 sns 피드를 보면 주말 동안 등산을 다녀왔다는 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등산이나 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내 부모님들은 등산이 취미 시다. 집에는 등산 신발부터, 가방, 등산 복까지 장비들이 한가득 있다. 이렇게 가까이 등산러가 있었음에도 등산을 쉽게 선택하지 못했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등산"이라는 것에 조금의 호감과 흥미가 생겼기 때문에 읽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책을 들고 집 앞 작은 돌길로 나갔다.

요즘 버킷리스트의 하나는 작은 산이라도 올해에 하나 정복해 보자는 것을 계획으로 세웠다. 그 산은 '계양산'이다. 등산을 어느 정도 하는 사람들에게는 계양산이 오르기 쉬운 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실 고소공포증도 심하고, 기초체력도 높지 않아 두렵기만 하다. 등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작년 겨울부터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미세먼지 타령, 날씨 타령, 기온 타령으로 산행을 미뤘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산을 오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조금씩 천천히라도 작은 뒷산, 동산을 올라보려고 한다.

 

 산을 처음 오를 때면 나 자신의 호흡을 모르고 무작정 욕심으로 오를 것 같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내자신의 템포에 맞추고 내자신과 대화하며 올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저자 산뉘하이kit의 산을 오르며 쓴 마음의 일기들을 담은 것 같다. 산을 오르며 만난 나 자신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산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담았다.

 

 

그리고 산뉘하이kit의 인스타그램에 있는 산과 함께 찍은 사진을 책 속에서도 중간중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산을 오르며 생긴 일화들을 통해서 삶을 생각하는 산뉘하이의 모습을 보며 나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한 시간이었다.

* 출판사'글담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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