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미래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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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속도에서 언제나 두 사람이 나란히 가는 것은 아니다. 대개의 경우, 그들은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다-21쪽

그들이 사랑한 시간은 언제나 조금씩 엇갈렸지만,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사랑의 온도와 속도의 어긋남 때문에, 때때로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사람들은 시간의 가혹한 신호를 눈치채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눈앞에 와 있는 파국을 알아차린다. ... 그녀가 자신과는 다른 시간대에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가 이해할 수 있다면, 그는 그녀를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몸과 영혼이 속해 있는 시간대 너머로 사랑하는 것은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다. 현재는 언제나 위태로우며 미래는 텅 비어 있다.-22-3쪽

사랑의 상실감이란, ...우주적인 고독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소함 때문에 그의 생애의 한쪽은 아득한 것들에 대한 질투에 바쳐졌다-58쪽

기억의 생생함이란, 다만 그것을 향한 욕망의 생생함이다.-61쪽

그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폭풍의 새벽이 아니라, 비와 바람의 냄새를 숨긴 채 기묘한 농담처럼 환해지는 오후였다.-67쪽

어떤 날카로운 상실감도 하나의 주기가 끝나면, 시시하고 희극적인 뉘앙스를 풍긴다.-121쪽

가장 지독한 기다림은 기다림의 기척을 내지 않는 것, 기다린다는 것을 절대로 알리지 않는 기다림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불가능한 것에 대한 가장 순수한 기다림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다리지 않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124쪽

몸을 가진 것들은 고유의 냄새를 지니고 있다. 냄새는 살아잇는 몸 혹은 사물들로부터 나오지만, 정작 그것 자체는 형태를 갖지 않는다. 냄새는 기원은 있으나 질량은 갖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타인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몸의 사건이다. ...자신의 몸 냄새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불행하다. 인간은 자기 몸의 냄새로부터 결코 도망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냄새에 붙들린 존재이다.-153쪽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언제나 조금 늦게, 느닷없이 온다. -160쪽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출생에 대해 그 사람보다 '내'가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174쪽

한 사람이 떠날 때, 또 한 사람이 남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떠나는 그 순간, 또 한 사람은 그 사람과 함께 떠나고 있으며, 한 사람이 남겨진 그 순간, 또 한 사람 역시 그 사람처럼 남겨져 있다. 아니라면, '당신'은 떠나는 방식으로 남는 것이다.-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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