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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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휴무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존재하는데, 단어 그대로 마음먹고 가는 곳마다 휴무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미리 알아보지 않고 방문한 카페나 음식점의 정기 휴무는 그렇다 쳐도 정기 휴무를 피해서 방문한 경우에도 임시 휴무가 떡하니 버티고 선 경우가 많았다. 그런 경우가 얼마나 잦았는지 친구들이 너랑 어딜 못 가겠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런데 이게 진짜 이름 따라간다는 말처럼 내게 이런 수식어가 붙고 난 이후로는 여행에서까지 '휴무의 아이콘'은 쉴 줄을 모르고 내 앞을 가로막았다. 여행에서 정해둔 일정에 휴무가 미치는 영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데 말이다. (한숨)


물론 휴무가 아니더라도 여행에는 늘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삽질로 가득하다. 예보와는 다른 날씨를 마주하는 삽질을 시작으로, 차를 놓치고 길을 헤매는 삽질은 기본이고 티켓을 잘못 예약하거나 미리 알아온 정보가 다른 경우의 삽질, 휴무의 삽질,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삽질 등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다. 여행=삽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삽질이 있는데 결국 돌이켜보면 여행의 많은 삽질 덕분에 그간의 여행들이 다채로운 추억으로 남지 않았나 생각된다. 길을 헤맨 덕분에 만나게 된 생각지 못한 장소가 좋았고, 예상하지 못한 날씨로 인해 만나는 풍경은 오래 기억에 남았고, 차를 놓친 덕분에 좋은 인연을 만나 목적지에 도착한 경우도 있었으니까.


이 책은 수많은 여행을 다닌 작가의 여행 이야기... 아니, 삽질 모음집이다. 한 권의 책이 되는 분량의 삽질을 모으려면 얼마나 많은 여행을 떠나야 했을까 상상한다. 책을 읽는 내내 여행에서 삽질하던 과거의 나를 소환하고, 맞아! 나도 이런 경험이 있었어! 나도 이때 진짜 당황스러웠지! 맞아맞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그런 맞장구를 치며 작가의 삽질 모음집을 읽었다. 나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과거의 자신을 소환하며 공감할 책이 될 테고, 이왕이면 남들 다하는 삽질은 피하고 싶은 여행 초심자라면, 여행에서 최악의 삽질을 만나지 않기 위해 이 책을 참고하는 것도 여행에 좋은 팁이 될 것 같다. 


작가의 지인들이 '이 정도면 파괴왕 아니냐'라고 했다는 말에 휴무의 아이콘보다는 파괴왕이 좀 더 나은 것 같아 부러움도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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