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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을 말한다면 _ 유럽 - 유럽여행 에세이 오디오북
김혜인 지음 / 하모니북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잠시 멈춤'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꼭 필요한 단어를 들고 유럽으로 떠난 작가의 '긴장 완화'의 순간들을 엮어 만든 책이다.
유럽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 들은 유럽의 바쁘고 복잡한 여행기가 아니라 멈추는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럽은 처음인 것 같아 새로웠다. 띄엄띄엄 쓰여진 글과 천천히 넘기며 여운을 남기는 사진들에 시선을 뺏겨 책을 읽는 순간의 나도 자주 멈추고 빠져 들었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서 멈추는 일이란 사실 쉽지 않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 마련이다. 나보다 더 나를 걱정하는 주변의 시선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멈춤'은 많은 것을 견디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을 모두 이겨내며 일상의 멈춤을 마주하는 일에 대하여 생각했다.
나 역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기꺼이 '멈춤'을 선택하던 때가 있었다. 완전한 멈춤은 아니었지만, 좋아하는 도시에서 정전같은 고요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느긋하게 걷는 일. 새로운 곳에서 잠들고 일어나는 일. 여러 사람의 일상을 스쳐지나는 일. 그렇게 홀로 보내던 매순간들이 모여 나를 또 살아가게 했다. 걱정과 불안을 잊고 무작정 미래의 나를 응원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도 했다. 인생에는 마침표도 제대로 찍어야 하지만 중간 중간 필요한 자리에 쉼표도 제대로 찍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보지 않아도 눈 감고도 찾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 유럽의 뻔한 랜드마크 사진들이 담겨있지 않아서 좋았다.
익숙함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이렇게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구나. 그렇게 처음으로 유럽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디오북은 처음이라 너무 궁금했던 부분.
책에 있는 QR코드를 따라가면 작가의 목소리로 차분하게 읽는 오디오북이 있다.
나의 호흡으로 읽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게, 잠시 책을 덮고 작가의 목소리로 책을 따라가면 새로운 기분으로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들이 지금 갈망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적당함‘이 아닐까. - P25
우리에게 펼쳐질 남은 시간 그 어느 점에 또다시 이렇게 세계 어딘가에서 마주했으면 한다고. 그럼 오늘 밤처럼 행복한 시간을 좀더 자주 가질 수 있지 않겠냐고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을 빌고 있었지만 정말 큰 행운이 따라줘야 이뤄질 수 있는 바람이란 것을 우리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삶은 생각했 것보다 아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것도 이제 알고 있다. 10년이 지나 중학생 때 슥 하고 적어 본 여덟 글자의 꿈이 마법같이 이뤄진 것처럼 또다시 행운이 우릴 찾아올 거라는 믿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 P38
변함없는 친구 마음에 드는 알코올 한 잔 와 본 적 없는 낯선 곳 살아온 날들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추억 춥지도 덥지도 않은 포근한 밤 거리의 음악 그리고 여전한 낭만적 인생관 이보다 더 완벽한 밤이 있을까 - P40
호수의 빛깔을 만들기 위해 브리엔츠 마을을 비춰주기 위해 내려온 오늘의 햇살이 내게도 와서 부서져 줬으면.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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