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you can 쏘유캔 - 롱보드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권도영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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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랑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롱보드를 타고 싶어!"라고 친구가 말했다. 날아라 슈퍼보드는 아는데 롱보드는 뭐냐고 내가 물으니, 내가 알고 있던 슈퍼보드보다 얇고 긴 보드를 타며 나풀나풀 춤추듯이 자유롭게 흘러가는(?) 보더의 짧은 영상을 보여줬다. 그제서야 TV에서 본 적 있어!! 하고 맞장구를 쳤다. 친구는 롱보드를 배워서 꼭 타고 싶다고 말했고 내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 놀랍게도 다치면 어떡해?였다. 다른 보드에 비해 배우기 쉽고 안전하게 타면 괜찮다고 나를 달래며 친구는 롱보드 찬양을 이어갔다. 롱보드, 어쩌면 나에게는 가장 먼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이 책에는 서른 살이 된 작가가 자신을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준 롱보드를 들고 세계여행을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 세계 보더들을 만나 친구가 되고, 기꺼이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주는 친구들과 각 도시의 스팟에서 보드를 탄다. 일상을 나누고, 보드 크루징을 하고, 세계 롱보드 대회에 출전도, 심사도 하는 여행. 뻔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 당연하게 찾는 주요 관광지에 대한 뻔한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아서 좋았다.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일상을 공유하고 마치 현지인인 듯 동네를 누비는 일이 즐거웠다. 대체로 여유로웠고 때로 긴박했지만 그의 모든 여정이 사랑스러워 나는 자주 웃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가 만나는 전 세계 다양한 친구들의 삶을 엿보며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것 다 똑같구나,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이렇게 반응할 수도 있구나, 보드를 가지고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나는 나대로 좋아하는 것을 꼭 잡고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사람답게 사는 일에서 그런 결론에까지 도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와 롱보드를 탈 용기는 없지만, 나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도 좋아하게 만드는 일. 나는 그것에 용기를 내어볼까 한다. 롱보드를 타고 그만의 속도로 자유롭게 흘러가는 것이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여행은 잃어버린 생기를 불러일으킨다. 내 감정에 충실하게 해준다. 삶의 열정이 있는 사람들과 연결해주고, 행복을 공유하게 해준다. 어쩌면 내가 여행을 하는 동안 나는 많이 바뀌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만 언제나 그랬듯이, 내가 걸어온 여행의 경험들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내 삶에 녹아들 것이다. 천천히, 깊숙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 P40

열정이 생기는 가장 쉬운 방법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열정적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은 내가 열정적이 되어 다른 이들을 열정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마리아는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내게 질문을 던진 셈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열정적인 사람인가? 혹은 타인의 열정을 식히는 그런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답은 정해져있다고 가볍게 말할 게 아니라,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도, 그리고 당신도, 어쩌면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 P90

포기하는 용기와는 반대로, 눈앞에 정작 중요한 파도가 왔을 때, 그걸 붙잡을 용기가 부족할 때도 있다.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이래도 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살지 않는 것 같은데, 정말 도전해도 되는 걸까? 내 인생, 이래도 되는 걸까? 라는 두려움에 망설인다.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것 역시 신발밑창을 닳게 만든다. 망설이다보면, 파도는 이미 저 멀리 흘러가버린다. 뒤늦게 패들링을 한다쳐도 잡을 수 없다. 새로운 파도를 기다려야 한다. - P129

앞으로도 매번 힘든 일과 즐거운 일이 공존할 것이다. 주변상황에 너무 휩쓸리지 않으면, 여유가 생기고 삶의 아름다운 부분들이 보인다. 간혹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을지라도, 내 슬픔만큼이나 폭우를 쏟아내도, 파란 하늘은 그 자리에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꽃은 피고 지지만, 모든 꽃은 그대로 아름답다. 석양에 뺨을 물들이고, 짙은 밤하늘의 별과 달이 보이는 날에 소중한 사람과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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