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이어달리기 - 마스다 미리 그림에세이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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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이어달리기>를 읽으면서 소소하게 흘러간 일상의 행복에 대하여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우연히, 어쩌다, 갑자기 찾아온 행복을 진짜로 기뻐한 적이 있었던가? 하루를 꽉 채워 행복했던 날들만 행복으로 기록하고 있었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조금 반성했다.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간 평범한 하루마저 행복이었다고 말하는 작가에게 납작 엎드려 숭배하고 싶은 기분마저 들 정도로 그동안 소홀하게 흘려보낸 나의 행복들에 미안함이 밀려온다.


그래서 나도 오늘의 행복을 적어보기로 한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만나서 행복했다. 여유롭게 꽃을 바라보는 하루라 행복했고 필름 카메라에 필름을 채우는 일이 행복했다. 길을 걷다 마주친 마카롱가게에 들러 아무도 없는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당을 충전하는 시간도 너무 행복했고 처음 가보는 길이 의외의 멋짐 포인트라 오랜만의 산책이 더없이 행복해졌다.


수짱 시리즈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마스다 미리 작가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언제나 별 것 아닌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사랑스러움이 담겨있다. 그 특별함이 은근슬쩍 덤덤하게 드러나던 책들에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사랑스러움이 뚝뚝 묻어나오는 책으로 나왔다. 글을 읽다 나도 한 번쯤은 스치듯 했던 상상이나 생각들이 등장하면 어쩌면 나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아닐까, 싶은 마법같은 책이 될 것 같다.





기다리는 일은 이제 질렸다. 종이에는 ‘좋은 일이 생기도록‘이 아니라 ‘조만간, 좋은 일이 생기도록‘이라고 적었다. 내일이나 모레 일어날 정도의 좋은 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 P35

누구였는지는 잊었지만,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마음에 와닿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 P50

어린 시절에는 어른도 공상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린이만이 지닌 ‘특권‘인 듯 여겼었다.
하지만 공상에는 연령 제한이 없다. 그리고 그것은 어떠한 힘에 의해서도 빼앗길 리 없는 보물임이 분명했다. - P100

귀성 중에, 제방 위 노을을 바라본다. 건물이 늘어선 거리의 모습은 변해도 멀리 보이는 산맥은 변하지 않는다는, 그점에 안도한다. 아름다운 노을을 앞에 두니, 오로라는 볼 수 없더라도 노을이 있어 다행이라는 기분이다. - P151

‘좋은 사람‘이 다정한 사람이라면 내게도 당연히 다정한 면이 있다. 있다! 많이 있다! 단언할 수 있다. 그 다정함을 스스로 헤적거려 버리는 날도 있다. - P163

그런데 공허함을 영어로는 뭐라 할까? 그건 그렇고 공허함은 무엇 때문에 있는 걸까? 기쁨이나 슬픔과 마찬가리도 그것은 사람에게 갖춰져 있다. 틀림없이 필요하기 때문에 탑재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밤의 공허함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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