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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배부른 식당
김형민 지음 / 키와채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보았을 때는 어떤 무슨 멋진 수필집인가보다 했었다. 책에 관한 정보가 없는 상태였다. 책의 표지와 목차를 보면서 ‘맛 집 멋 집’ 뭐 이런 식으로 음식점 소개를 하는 책인가? 라는 심드렁한 기분이 되었다.
그러나 웬걸 첫 장을 지나 몇 페이지를 펼쳐 읽어 가면서 나도 모르게 그 책 속으로 푸-욱 빠져 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을 지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책은 처음과 끝보다 중간이 더 읽는 맛과 감동을 주었지만 솔직히 다 읽고 나서는 아쉬움도 여운도 없어 서운 했고 속은 것 같기도 했다.
단순한 맛 집 소개가 아니라 한 그릇의 만두국과 우동과 자장면과 한 봉지의 수제과자에 소박한 마음을 전하는 사랑의 마음을 그릇으로 주인들은 손님을 맞이한다. 손님들은 그 한 그릇에 웃음과 눈물과 사람의 향기까지 느끼며, 지나간 세월과 자신의 그리움을 꺼내 보게 된다. 다만 책 속에 소개 되었던 식당도 없어진 곳이 있다고 하듯이, 소박하고 평범함을 그대로 고스란히 변함없이 느낄 수 있는 그런 식당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에 마음이 착잡해 지기도 했다.
책의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만큼 전개되고 있다.
읽는 독자가 마치 영상을 그대로 브리핑해주는 내레이션이 된 듯한 기분도 들게 만든다.
TV 방송을 했던 PD의 글이라니 놀라웠다. 사실 PD가 연출했다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감동이 몇 배는 더 증폭되었는지도 모른다.
"욕먹을 놈에게 욕 안하는 것이 죄이며, 제 할 일을 모르고 제 분수를 모르는 것만큼 경우 없는 것은 없다“고 말하는 욕쟁이 할머니. 지갑을 여는 대신 마음을 열어 달라고 한 그릇의 콩국수 값으로 실랑이를 벌이는 주인 할아버지와 나이 일흔에 남의 아이를 돌봐주고 작은 월급을 받는 중국에서 온 할머니손님의 이야기. 아들이 언젠가 돈을 벌수 없게 될 때를 대비해 자신의 비법을 고스란히 적어 놓은 비밀문서를 준비하고, 아들의 험한 세상살이에 최후의 보루 같은 빽 이라 확신하는 노모의 모습. 지구상에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라도 단 한 그릇 먹어보고 눈물을 흘려줄 음식을 혼신의 힘을 다하여 만들고 싶다는 글귀를 현관에 걸어 놓고 지내는 수타 자장면 집 아저씨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 따로 표시해 두고 가끔씩 한번 읽어 보려고 한다.
삶의 팍팍해지고, 사회가 각박해져 가는 것은 우리가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식당이 사라져가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가져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