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지에 새로 온 아이 아이북클럽 30
레나테 아렌스 크라머 지음, 최진호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10살이란 같은 또래의 아이들일지라도 처해 있는 상황은 각각 다른 것이 현실이란 것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바로 10살이 보는 세상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님과 할머니 언니 오빠 동생 그야말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가족애를 느끼며 지내는 클리오나는 보통의 평범한 아이다.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한 명도 없고, 늘 지각을 하는 독특한 성격을 가졌다.

반면 술을 마시면 주정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부모님 때문에 가출해서 길거리를 헤메다가 보육원에서 생활하게 된 패트는 모든 사람들을 외면하고 부정하게 된다. 클리오나는 지저분하고 보육원에 산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손가락질하며 수근거릴 때, 패트의 모든 것이 궁금해 혼자 말을 건네 보기도 한다. 클리오나는 패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질문을 하게 된다. 패트는 반항적이지만 학교에서 아무도 자신을 진심으로 따뜻한 시선을 주는 사람이 없기에 점점 클리오나와 가까워 지고 자신의 지난 시간들을 이야기하게 된다.

'패트가 울었다면 그것은 많이 좋아졌다는 의미란다.'(69페이지) 클리오나의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이 던진 이 말은, 자기 마음속의 감정을 패트가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클리오나는 자신도 모르게 패트의 숨겨진 감정을 밖으로 보여주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소리 없이 패트를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대하는 선생님의 모습과, 보육원의 선생님들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점차 가정에서의 폭력이 증가하고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그 중심에 서 있는 아이들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다. 만약 내 아이가 그런 폭력적이고 반항적인 아이의 짝이라면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당장 바꿔 달라고 하리라. 책 속의 클리오나 부모님도 처음에는 패트를 가엾고 안스러운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패트를 만나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클리오나를 보며, 엄마는 화를 내게 된다. 그 모습을 통해 엄마의 마음은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른들이 아닌 아이가 아이를 통해서 닫혀 있던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오래도록 남아 있는 장면은 130페이지 클리오나에게 패트가 말하는 부분이다. '보육원에 들어온 첫해에 집이 그리웠어, 왜 그리웠냐고 묻지마. 우리 부모님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었는데도 그랬으니까.' 라는 대사이다.

부모님을 증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함께 있고 싶어하고 그리워하는 10살 소녀의 마음을 통해 아이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어른들이 많았으면 한다. 결말 부분이 다소 희극적이기는 하지만, 가족과 사랑 그리고 더불어 사는 것이 바로 사회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소리 없이 전해 주고 있는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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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5-1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6학년아이들과 읽고 리뷰를 쓰려다 님의 리뷰를 먼저 보게되었습니다. 차분하게 써내려간 글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