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 아이들 카르페디엠 34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35세의 초보 임시교사의 교단 생활이 이 책의 주요내용이다. 방송국 일과 유기 농법 공동체를 했던 구즈하라 준이 그 임시교사이다. 그는 선입견을 갖고 아이들을 보지 말자, 아이들한데 이렇게 해주자 저렇게 해주자 하고 미리부터 생각하지 말자(27쪽)는 생각에 아이들의 생활기록부도 보지 않고, 먼저 담임을 했던 선생님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지도 않는다.

출석부로 아이들 이름을 부르지도 않는다. 구즈하라 준은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 답을 해주고, 질문한 아이의 이름을 묻는 것으로 출석을 대신했던 것. 아이들은 임시교사가 3학년 문제 반 담임을 맡는 것은 너무 심하다며,그의 앞에서 직설적으로 말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구즈하라선생님의 말처럼 심약한 사람은 아이들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는 가급적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가벼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구즈하라 준은 동료 교사나 아이들에게 너무 솔직하다. 누구에게든 항상 교사를 처음 해서라는 말을 서슴치 않게 할 정도이다. 책 속의 구즈하라 선생님은 자제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감정이 없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그의 반 아이들 역시 언제나 그에게는 너무 솔직하게 말을 한다. 구즈하라는 초임의 첫 담임이 문제아 반이라서 걱정이 많겠다는 주변 사람들과 다른 선생님들 걱정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막상 수업을 들어가서 교과서와는 다른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들의 적극적인 수업 모습을 보게 된다. 아이들은 오히려 그가 3학년 담임을 끝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 된다고 할 정도로 좋아하게 된다. 문제아 반의 교사로 아이들을 지도 한다기보다, 아이들과 학부모로부터 배우면서 함께 가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구즈하라 선생님은 동료 교사들과의 갈등 속에서도 자신의 주장을 쉽게 굽히지 않는다. 어찌 보면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 교사의 저돌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중학생 아이들의 생각을 너무 자연스럽게 풀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수업을 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용기가 아닐까 싶었다. 역시 하이타니 겐지로 다운 작품이었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가 초등학교 교사이야기라면, 이 책은 중학교 교사에게 도움이 될 것도 같다. 책 속에는 살아가면서, 한번쯤 꺼내 보며 생각해 볼 수 있는 많은 좋은 글이 많이 나온다.

모든 것이 끝났다면 이제부터다:268쪽
인간이 진심으로 뭔가를 하고자 할 때, 과거에 즐거웠던 추억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은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의 근원이 된다.:234쪽

한가지 아쉬운 점은 완벽하지 못한 편집을 단점으로 말하고 싶다. 대화용 따옴표의 과다 사용이나 미사용으로 인해 맥이 끊어지고, 마지막까지 읽기 위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특히 231페이지의 8번째 줄은 조사가 빼진 것 같았다. 좀더 꼼꼼한 편집을 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