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레즈 데께루 청목정선세계문학 83
프랑소와 모리악 지음, 김진현 옮김 / 청목(청목사) / 1995년 11월
평점 :
절판


전혜린 전기 '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를 보면, 전혜린이 '쟝 아제베도'에게 쓴 편지가 있다. 사실 쟝 아제베도라는 이름은 나중에 편집자가 임의로 썼다는 것 같다. 바로 그 쟝 아제베도가 나오는 책이 떼레즈 데께루다. 떼레즈 데께루는 상식의 선에서는 도저히 이해도, 용서도 안 될 만한 여자다. 고전적인 소설에서는 이런 캐릭터의 여자를 묘사하는 것 조차 암암리에 금기시되어 오지 않았을까? 그만큼 떼레즈 데께루는 비교적 건전한 소설 속의 인물들만 접해오던 사람들에게 쇼크를 주기에 충분한 인물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도 모르게 사회에서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 가령 어린 아기들을 보면, 여자들은 '어머나, 예뻐라'하면서 한껏 미소를 지어 보이게 되고,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고... 그러한 행동들은 어쩌면 삶을 계속 유지하도록 만드는 나름의 균형감각일 지 모른다. 그렇지만, 가끔은 그런 균형 감각 없이, 관습이 쥐어주는 습관에의 동화 없이 세상을 생경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는 선도, 악도 참 모호하다. 객관적으로는 악녀이기에 충분한 죄가 있음에도, 떼레즈 데께루는 악녀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는 내 속에 있는 떼레즈 데께루를 보게 된 것 같다. 어느 날 익숙했던 모든 일상, 사람들이 낯설게 보일 때 숨어 있던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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