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날 사랑하지 않아?
클레르 카스티용 지음, 김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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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같은 주인공이 저지르는 만행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엽기적인 살인이나 범죄를 연상케 한다. 어린이 유괴 살해라든가, 스토킹이나 강간, 친부모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행위들에 대한 기사를 뉴스에서 만나면, 우리는 그런 짓을 저지르는 자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인간이라면 저지를 수 없는 짓을 한다고 성토하며, 그들을 <모르는 척>한다. 우리는 그들을 괴물처럼, 우리와는 전혀 어떠한 마음이나 행위도 겹치지 않는 완전한 타자처럼 보거나, 혹은 보고 싶어한다.

이 소설은 시선을 돌린다. 밖에서 그러한 괴물을 바라보던 시선은, 괴물의 내면에서 밖을 내다보는 시선으로 옮겨진다. 거기 세상을 바라보는 듯 하지만, 자기만의 창살에 갇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정신병원에 갇혀 있기 이전에도, 이미 그는 자신의 안에 갇혀 있었다. 주인공은 그가 집착적으로 사랑하는 여자에게 묻는다. "왜 날 사랑하지 않아?" 그건 질문이라기보다는 그 사실이 너무나 의외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서 던지는 말이다.

이 책에 대한 소개로 아름다운 작가의 사진과 함께 '천사의 얼굴로 악마의 글을 쓴다'라른 자극적인 선전문구를 보았었다. 그러나 천사와 악마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단지 태양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방인>의 뫼르소를 단지 사악한 범죄자로만 본다면 문학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뫼르소가 우리에게 전혀 타자가 아니듯이, 이 책의 주인공도 전혀 타자는 아니다.

물론 우리는 대부분 주인공처럼 자폐아적인 단절과 기괴한 행각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더 나쁘다. 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몸짓을 하면서, 마치 우리는 타인이나 세계와 정말로 소통하고 있다는 듯이 굴고 있으므로. 투명한 시선과 민감한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그 속에 담긴 착각과 위선이 작가의 위악보다 더 몸서리쳐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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